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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elf

만년필에 대해서

by CoachDaddy 2009. 10. 19.
처음으로 만년필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가을 무렵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손으로 쓰는 글씨가 너무 이상하게 변해버린것 같았다.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몇개 단어만 메모하는 습관 때문이었는지, 가끔은 내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글들이 발견됐다. 아마, 그때 회사 일이 싫었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을 찾다가 필기구에 눈을 돌려서 찾은 것이 만년필이었다. 찾아보면, 그 가격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것들도 많이 있지만, 그냥 길거리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것에서 제일 싼 것으로 골랐었다. 그렇게 선택했던 것이 파카에서 나온 플라스틱 몸체를 가진 자주색 만년필이었다. 몇개월동안은 열심히 사용했었다. 그러다가, 2005년 봄부터 몇개월 집에서 쉬는 동안에는 손에서 떠나 있었다. 그 뒤로 또 몇개월 사용하다 몸체에 금이 가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구입한 것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펜이다. 2005년 가을부터 사용했으니 벌써 2년이 넘는동안 사용하고 있다. 피에르가르뎅에서 나온 펜번호 1번인 이 펜도 원래는 자주색, 짙은 자주색 코팅이 있었다. 그렇지만,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이 이유인지, 사용하다 보니 긁힌 상처가 생기고 여기저기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뭐, 사용하는 기능에 문제가 새긴것은 아니지만, 손에 걸리는 부분이 생기기에 조금씩 벗겨냈는데 일부분만 벗겨진 것이 이상해서 전체를 벗겨버렸다. 그리고 난 후로 갑자기 만년필이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는 것 같다. 왠지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같이 한 느낌이라고 할까? 뭐, 내가 언제까지 이펜을 계속해서 사용할지는 모른다. 내일 어디선가 잊어버릴지, 언제 기분이 달라져서 핝쪽에 버려두고 잉크가 마르도록 버려둘지도 모르고. 만년필. 쓰는데 좀 기다려야 하고, 잉크에 신경도 써야 하고, 가끔은 종이도 가려야 하고, 급하게 쓰려고 하면 글씨가 써지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낄때도 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몇년의 시간이 흐른뒤에 내가 이 펜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며 회상하고 싶다. 낡은 만년필이 내 삶을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Oct. 8, 2007

P.S. 아직도 만년필은 사용하고 있다. 전보다 사용 빈도가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꾸준히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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