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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강신주의 감정수업

by CoachDaddy 2021. 5. 3.

 

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서는 큰 지식이 없다. 이 책에서 큰 가치라면 인간의 감정들에 대한 해석과  그것이 투영되어 있다고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의 연결이다.  감정이 실제 소설 속의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투영된다는 것은, 그 소설의 작가들이 그런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해한 내용이 표현된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 쓰여진 소설이라면 다양한 감정들이 서로 얽혀서 나타나겠지만, 특정한 장면들과 특정한 감정을 연결하는것은 감정과 소설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요구되는 부분이다.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들을 읽으면서 거기에 나타난 감정들을 철학적인 해석과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것 같다.

pp. 35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우리는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을 버텨 나가며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 투르게네프

pp. 36
유년 시절에 만들어진 슬픔이 하나의 습관처럼 내면화될때, 우리는 자신을 항상 비하하는 감정, 즉 비루함에 젖어들게 된다. 습관화된 슬픔, 혹은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슬픔, 그것이 비루함이란 감정의 실체다. 그만큼 비루함은 벗어던지기 힘든 감정이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애정과 칭찬이 있다면, 비루함도 조금씩 사라질 수 있다.... 사랑만이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법이니까.

pp. 42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pp. 93
이것이 바로 "1984"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 아닌가. 사랑을 지켜라. 그러지 못하면 인간의 모든 고귀한 가치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긍심도 무기력해질 테니까.

pp. 121
"자신과 유사한 어떤 것이 어떤 정서에 자극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것과 유사한 정서에 의해 자극된다."

pp. 131
약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강자가 되었다는 자부심,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존재감, 이것이야말로 연민의 감정 뒤에 숨겨진 이면의 정체다. 그렇지만, 강자의 자부심은 오직 약자가 약자로서 계속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순간까지만 유지되는 법. 이 점에서 연민의 주체는 연민의 대상만큼이나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p. 140
마르크스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과 관련된 어떤 일도 사소한 것은 없다."라고, 어떤 사람에게는 혁명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등이 가려운 것만큼 견디기 힘든 일이 없을 수도 있다.

pp. 188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나의 고유한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이런 고뇌의 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인가 욕망하는 것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것을 실현해 보아야만 한다. 실현의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욕망 욕망이 나의 것이이었는지 타인의 것이었는지 사후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pp. 235
지금 그가 조금 특별한 정신 상태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정말로 값지고, 사랑스럽고, 건강하며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고 했다. 마치, 그가 신경쇠약 같은 말도 안 되는 병에서 완치되어 갖은 끔찍한 역경 속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말했다. 라모나는 지금까지 그가 겪은 모든 불행은 제대로 된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급속도록 진지해졌다.

pp. 287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pp. 408
그렇지만 끌림은 사랑이 아니다. 끌림이 나의 과거 상태에 의존한다면, 사랑은 나의 본질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어떤 음식이 배가 고파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과 내 입맛에 맞아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허기짐이 없을 때에만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의 삶 자체가 지나치게 불행한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다시말해 끌림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삶이 어느 정도는 행복하도록 스스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pp. 414
치욕은 타인이 자신의 어떤 행동을 비난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내면에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타인이 비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비난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느냐의 여부다.

pp. 465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프랑스와즈 사강

pp. 472
인간에게는 두 가지 시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지속이란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순간이란 시간이다. 지속은 우리에게 예측 가능한 시간을 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안겨 준다. 반면 순간은 첫 만남처럼 과거 자신의 안정적인 모습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위험한 시간이다.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순간이라는 용어와는 조금 다르다. 1초, 1초 그렇게 흘러가는 시계의 초침이 가리키는 것이 순간이 아니다. 초침의 누적으로 분침이 움직이고 분침이 쌓여서 시침을 움직이는 지속의 시간을 무력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할 때, 바로 그때가 순간이다. 

pp. 478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몸은 항상 옳지만, 정신은 그릇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피노자가 "우리는 자신의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몸이 어느 때 행복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느 때 불행을 느끼는지 계속 응시해야만 한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이럴 때 자신은 틀림없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해도 직접 몸으로 겪은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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