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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활자와 근대

by CoachDaddy 2019. 8. 30.

활자와 근대 1883년, 지식의 질서가 바뀌던 날 by 박천홍

활판인쇄술은 책-도서에 혁명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이 인쇄술의 발전은 이념과 지식의 전파 속도를 빠르게 했고, 특히 한-중-일의 경우는 서구 열강의 개항과 그 과정에서 기독교- 천주교/개신교 - 의 성경의 현지화에 필요했던 현지언어 활자의 개발과정도 연결된다. 특히 한국은 이런 서양문명과의 접촉이 늦었고, 그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런 활자, 인쇄기는 기계문명의 한 발명품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필사 혹은 목판 인쇄물에서 대량 생산이 용이한 활판 인쇄기를 이용한 인쇄물의 대중화는 지식계층의 변이와 지식의 전파에 따른 사회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런 과정에서 한글 활자가 일본에서 유입되었다는 사실과 그 활자와 인쇄기가 급진개화파의 인물들과 접점이 있던 일본 인사들의 의도가 담긴 물품이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역사에서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서 재미 있었다.

pp.13 
프랑스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에 따르면, 텍스트의 의미는 형태에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형태가 텍스트의 의미를 생산한다. - from Introduction to Book History by David Finkelstein  (Author)

pp. 111
프랑스 계몽주의자 드니 드니로에 따르면, 문법과 사전은 민족 상호 간의 보편적 통역자로서 이것을 매기로 인간의 모든 능력은 공유되고 결합될 수 있었다. 

pp. 144
아렌트는 "전통적 권위의 붕괴가 지구의 빈자들을 행진케 하는 곳, 그들이 불행의 어둠을 벗어나 저잣거리로 달려가는 곳에서 그들의 분노는 별들의 운행처럼 거역할 수 없는 것 같았으며, 자연력을 가지고 앞으로 돌진하면서 전 세계를 삼기는 조류와 같아다"라고 묘사했다. 이성은 허기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았다.  - 한나 아렌트 "혁명론"

pp. 331
언어학자 이연숙에 따르면, 어떠한 문자로 쓰는가 또는 그 문자로 어떻게 쓰는가 하는 문자의 문제는 단순히 표기법의 기술이라는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언어가 어떤 모습으로 표상되어야 하는가, 언어의 규범적 표상이 어떻게 성립하는가 하는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 이연숙 "국어라는 사상"

pp. 438
구텐버르크로 상징되는 서양의 인쇄술은 조선과 전혀 다른 의도와 동기의 산물이었다. 이념적으로는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한 신앙의 열정과 이윤의 무한 증식을 갈망하는 상업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획일화, 균일화, 규격화에 토대를 둔 대량생산 체제였다. 다시 말하면 활자 자체를 복제하기 위한 '불변적인 형' 곧 모형으로 활자를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고정화라는 방법을 전제로 해서 보편적인 '형'으로 
'다수'의 '균일한 것'을 산출하는 근대적인 대량생산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pp. 471
지난 5백 년 동안 책이라는 물건의 형태에는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기능과 구성 쳬계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책은 수저나 망치나 바퀴 또는 가위 같은 것입니다. 일단 한번 발명되고 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 말이에요. 수저보다 더 나은 수저는 발명할 수 없습니다. - 움베르토 에코 "책의 우주" 

pp. 475
오늘날 우리는 의사소통 양식의 문명사적 전환기를 살아가고 있다. 지식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매개하고 구현하는 기술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철학지 이빈 일리치는 "공간을 생성하는 공리의 근거가 알파벳 표기법을 통한 말소리의 기호화에 있지 않고 '정보'의 바이트로 저장하고 조직하는 능력에 있는 새로운 정신 공간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그 정신 공간과 의사소통의 회로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모습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것이다. 세계의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을 해석하며 지혜를 설파하던 과거의 문화적 유산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보이고 들리고 기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