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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Nov. 27, 2007

by CoachDaddy 2009. 10. 19.
글에 담긴 향기
누구나 글을 쓰고, 얘기를 한다. 그저 편하게 쓰는 잡문이나 소소한 얘기를 기록하는 메모나 습작도 있고, 편지를 쓸때도 있고, 보고서나 논문같은 학술적인 글을 쓸때도 있다. 같은 사람도 글을 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행간에 담기는 개인마다 독특한 느낌이나 색깔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나타날 것이다. 기교와 수사가 풍부한 글을 쓰기도 하고, 너무 딱딱한 사전같은 글을 쓰기도 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글은 없지만, 조금 쉽게 읽히는 글은 분명히 있다. 또, 특별히 쉽게 읽히는 글도 오래 기억되는 글과 구분되는 것 같다. 기억에 남을 명문이라면, 연설문이나 기고문이 될 수도 있고, 고전이라 불리는 글이 될 수도 있다. 풍부한 기교나 수사보다는 metaphor를 이용하는 여백이 있는 글이 좋다. 가끔 사실이나 내용을 찾는데 힘들어 하지만, 그런 여백에 내 생각이나 느낌을 채워서 기억하는 것이 더 오랜시간동안 남는것 같다.
아직까지 글에 느낌이 담기는것 같지는 않다. 그저 짧게 짧게 문장을 나열하는 정도인듯 하다. 처음에 생각하던 것들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힘도 부족하고, 시작과 마지막을 이어주거나 대비시키는 것도 서툴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툰것은 장면이나 시간에 대한 묘사인것 같다. 그냥 사실을 기록하는 것은 기계적인 행위의 연속이다. 하지만, 서술하거나 묘사하는것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과 함께 기억하는 행동이다. 자기와의 관계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 묘사하고 서술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는 대화가 필요하기도 하고, 긴 호흡의 문장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정리되어 갈때, 비로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항상 그 책을 가지고 다니네."
"아직 읽고 있거든. 틈나는데로 읽어야지."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데, 오래 읽는 것 같아."
"글자 수만 따지면, 얼마되지 않지. 읽는 내용은 많지만."
"무슨 내용인데, 글자 수랑 내용이 차이나는 것야?"
"화두라고 얘기하지. 여백이 많은 글이야."
"여백이 많은면 더 쉽게 읽히는 거 아닌가?"
"여백을 지나치며 읽으면 쉽게 읽히겠지만
  그 여백을 채우면서 읽으려니, 어렵고 오래 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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