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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끝의 시작

by CoachDaddy 2024. 12. 23.


끝의 시작 by 서유미

등장인물들의 수도 적고, 이야기의 시간도 짧다. 중간에 과거를 다녀오기는 하지만 평범할 수 있는 봄날의 시간과 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디에나 있는 사랑, 불화, 만남과 이별, 결혼, 이혼, 임신과 유산,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죽음. 생로병사가 엮어지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짧은 글에서도 그 한 자락을 살펴볼 수 있다.  미국 어느 공공도서관 한켠에서 발견한 소설이었다.

pp. 31
이혼에 대해 잠정적으로 합의한 뒤 두 사람은 카페 밖으로 나왔다. 잠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다음 영무는 병원 쪽으로, 여진은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봄날 오후는 박제된 것처럼 여전히 거기 있었다.

pp. 137
어떤 사랑은 쉽게 변질되고 어떤 사랑은 쉽게 바닥을 드러내고 어떤 사랑은 흐지부지 막을 내린다. 그래도 그 모든 걸 사랑이라고 불러야겠지.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소정은 자신에게서 떠나간 것이, 자신이 잃은 것이 사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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